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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해가 뜨고 있다. 난생처음 보는 검은 구덩이들과 빛덩이들을 피해 달려온 나와 요원은 폐허처럼 보이는 거대한 대피소의 정문에 도착한다. 이곳은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어 외장재 마감 없이 시멘트 뼈대가 흉물스럽게 드러난 20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이곳이 삼 년 전 굴지의 대형 건설사의 부도를 촉발했던 그 ‘폭탄’이었으며, 그 이면에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탐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아파트 단지가 이제는 탐욕 속에 서로에게 대립각을 세웠던 모든 사람을 위한 공동 방주가 되었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오랜 시간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심한 갈증을 느끼는 동시에 소변을 해결하고 싶었다. 요원이 나에게 말하는 것도 무시하고 차에서 내려 혼자 아파트 단지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내디뎠을 때, 나는 등 뒤에 묵직한 쇳덩이가 닿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자 요원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는 내게 대피소 내 개별 행동을 엄금한다고 말했다. 무단이탈하는 경우 사살될 수 있음을 내게 주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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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출입증을 받기 위해서 군인들이 임시 검문소로 사용 중인 아파트 경비소 앞에 멈추어 섰다. 바리케이트 너머 보이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는 응급의료 천막과 구급차, 그리고 각종 구호물품을 운반하는 트럭들이 즐비했으나 정작 피난민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고 곧장 아파트 101동 입구로 직행했다.

화장실로 이동. 28페이지로 이동.

임시 식당으로 이동. 30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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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변을 해결하고자 화장실을 찾고 있다. 아파트 내부의 화장실은 통제되어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아파트 공원 한켠에 임시로 설치된 대형 이동식 화장실이 늘어서 있었다. 화장실 내부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소변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갑자기 바닥에서 ‘통통’거리는 진동을 느꼈다. 이 진동이 어디에서 들려오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선뜻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직 뒤처리도 끝나지 않았는데 난감한 일이었다. 화장실에서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있다!

물을 내린다. 38페이지로 이동.

밖을 내다본다. 32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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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이 너무 말랐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제대로 목을 축이지 못했다. 안내요원에게 길을 물어 식수가 있는 임시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파트 뒤쪽 주차장에 마련된 대형 텐트 여러 개를 임시 조리시설로 사용하고 있었다. 둘레와 높이가 5m가 넘는 거대한 물통 아래 어울리지 않는 수도꼭지가 튀어나와 있다. 나는 손잡이를 돌려 물을 마셨다. 물맛이 생수와는 조금 달랐다. 약간 소독약 냄새가 나는 듯했고, 어디인지 모르게 낯익은 맛이었다. 이게 무슨 맛인지 나는 한참 동안 생각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녹차잎을 아주 조금 우려낸 듯한 맛’인 것 같다. 순간 물통 안에서 ‘통통’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물통 옆부분에는 꼭대기 뚜껑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부착되어 있다. 무엇인가 물통 안에 있는 것 같다!

안을 들여다 본다. 32페이지로 이동.

무시한다. 36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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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봐도 그것은 외계인이었다. 그것은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들이 연달아 쓰러지며 주저앉기 시작했고, 천막 안에 있던 사람들의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곧, 무장한 군인들이 출동했다. 천막 밖으로 뛰쳐나온 외계인은 잠시 전신을 드러냈다. 햇살에 비친 외계인의 형태가 어렴풋이 보였다가 곧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군인들이 우르르 다가와 나를 포함한 목격자들을 아파트로 격리시켰다. 군인들은 우리에게 분필처럼 얇은 막대기를 나누어주며 천천히 씹어 먹으라고 지시했다. 우리가 외계인으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복용해야 할 약이라고만 알려줬다. 약을 먹은 나는 곧 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누군가 나의 양팔을 끌고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보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이곳은 꽤 넓은 방이었다. 방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누워 있었고, 나와는 멀리 떨어진, 문이 있을만한 위치에 총을 들고 사람들을 주시하는 군인들이 보인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조금 몽롱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몸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것일까? 군인들이 내가 일어난 것을 보고 누군가에게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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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한 명이 내게 다가와 목격자 진술을 위해 자신과 동행할 것을 요청했다. 군인은 나를 조그마한 방으로 안내한다. 내가 살고 있던 빌라의 침실과 비슷한 크기의 방이다. 누군가가 살았던 흔적은 없고 접이식 책상 하나와 의자 두 개가 있을 뿐이다. 군인은 나를 의자에 앉히고 문 앞에서 대기한다. 내가 도망 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함께 온 요원(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이 들어왔다. 요원은 의자에 앉자마자 내가 본 외계인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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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본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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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의 질문에 답하시오.

type I 40페이지로 이동.

type II 42페이지로 이동.

type III 44페이지로 이동.

type VI 47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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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불안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을 때, 속이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배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눈에 초점이 흐려져 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떤 의자에 묶여 있다. 몸을 움직여 보려 했으나 움직일 수 없다. 나는 이 의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뒤쪽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삼킨 물에는 다량의 외계인 유충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미 내 몸은 유충들에 의해 점령당해 손 쓸수 없는 지경이며, 치료 방법이 딱히 없고 외계인 유충을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는 전기충격이 가장 확실하다고 한다. 그렇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는 ‘전기의자’였다. 나는 살려달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정말 외계인 유충들에게 몸을 점령당한 탓인지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천장에 있던 형광등이 깜빡인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난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게임을 계속하려면 전 단계로 돌아가시오.

38

나는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깔끔한 뒤처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옷을 여미고 변기의 물을 내렸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변기 물의 소용돌이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소용돌이 안에서 투명한 무엇인가가 촉수처럼 뻗어나 와 내 얼굴 전체를 적셨다. 왠지 입안에도 들어간 것 같다. 왠지 기침이 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눈물이 날 정도로 기침은 계속됐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세면대에서 물로 얼굴을 닦아냈다. 나는 갑자기 속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나는 배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눈에 초점이 흐려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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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떤 의자에 묶여 있다. 몸을 움직여 보려 했으나 움직일 수 없다. 나는 이 의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뒤쪽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삼킨 물에는 다량의 외계인 유충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미 내 몸은 유충들에 의해 점령당해 손 쓸수 없는 지경이며, 치료 방법이 딱히 없고 외계인 유충을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는 전기충격이 가장 확실하다고 한다. 그렇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는 ‘전기의자’였다. 나는 살려달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정말 외계인 유충들에게 몸을 점령당한 탓인지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천장에 있던 형광등이 깜빡인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난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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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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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본 외계인을 떠올렸다. 엄청나게 건장한 인간처럼 보였던 그 외계인은 처음 보는 물질로 만들어진 갑옷을 장착하고 있었다. 입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무언가 토해내는 듯 보였는데 그것에 닿는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제압하기 위해 가까이 갔던 군인들의 총이 외계인이 토해낸 물질에 의해 녹아내리는 것을 나는 목격했다.

진술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어제 봤던 외계인이 하나가 아니라 군대라는 둥, 근처 저수지 쪽에 집결해있다는 둥, 이미 물속에 풀어 넣은 수많은 알들에서 유충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둥, 이곳이 점령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둥 추측성 소문들이 퍼지고 있었다.

대피소의 천막 쪽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기지를 포기하고 ‘이동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와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군인들과 의견 차이 때문이다.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고, 한 번의 결정에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 간에 오가는 말투가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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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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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본 외계인을 떠올렸다. 그것은 사람 모양과 비슷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요원과 그리 길게 대화를 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진술했던 사람들과 진술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떠드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어제 있었던 일들과 외계인의 정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것은 기생충형 외계인인 것 같다. 이미 많은 동물과 인간이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커졌다. 일단 감염되면 자신의 모든 감각정보를 외계인에게 전송하는 꼭두각시로 전락한다는 등, 사람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이 퍼지고 있었다.

이 괴소문을 들으며 혹시 나도 한번 감염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즈음, 대피소의 천막 쪽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기지를 포기하고 ‘이동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와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군인들과 의견 차이 때문이다.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고, 한 번의 결정에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 간에 오가는 말투가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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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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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본 그 외계인을 떠올렸다. 그것은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 외계인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사람들을 공격하고 잡아먹기 시작했다. 한 사람을 잡아먹을 때마다 눈에 띄게 크기가 커졌으며 외관 또한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괴수’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쏘아대는 총소리에 귀가 얼얼했다. 나는 외계인의 반대방향으로 도망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을 입에 물고 있는 그 괴물은 3m가 족히 넘어 보였다.

나의 진술이 끝났을 때 즈음, 대피소의 천막 쪽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기지를 포기하고 ‘이동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와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군인들과 의견 차이 때문이다.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고, 한 번의 결정에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 간에 오가는 말투가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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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분명 미지의 것이었다. 외관상 분홍색 구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별로 할 말이 없었던 나는 진술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대피소의 천막 쪽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분홍색 구름이 거대해져 안개처럼 주변을 온통 감싼 것이다. 갑자기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탈출하기 위해 차에 올랐던 사람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한다. 점점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여기저기 쓰러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안개가 점점 심해지더니 이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생사조차 알 수가 없다. 눈앞이 온통 분홍색이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우리는 절대 살아서 이 동네를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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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군대의 지휘관은 대피소 내의 모든 인원을 다른 대피소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한다. 빨리 후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차량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군 지휘관이 여러 차례에 나누어 수송한다고 발표하자 곳곳에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사회 하층민으로 이루어진 그룹에서 자칫 버려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살고자 하는 의지로 똘똘 뭉쳐 독단적으로 행동하려고 했다. 200명에 이르는 무리가 약간의 보급품을 챙겨 자발적으로 떠나갔다. 그 덕분에 남겨진 이들이 줄었지만, 여전히 탑승 차량이 부족했다. 출발에 앞서 군차량에 탑승할 인원과 민간승용차에 탑승할 인원을 개인의 희망에 따라 분류했다.

장갑차를 탄다. 50페이지로 이동.

승용차를 탄다. 52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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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의 내부는 아주 차가웠고 딱딱했다.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바위가 도로 위를 굴러가듯 거친 진동이 함께했다. 내 머리는 덜덜 떨렸다. 함께 탑승한 군인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나 이외에 민간인은 어린 여자아이 하나뿐이다. 부모님을 잃어버린 것일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그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써 웃어보았다. 순간 대피 행렬의 뒤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이동하던 행렬 전체가 멈추어 섰다. 얼마간의 짧은 교신이 끝나고 장갑차의 뒷문이 열리자마자 군인들이 일제히 밖으로 튀어 나갔다. 장갑차의 뒷문이 닫히고 곧 엄청난 총소리와 함께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과 살려달라는 고함이 들려왔다. 앞서 출발했던 200명의 무리들은 차량을 탈취하려는 도적단으로 변해서 돌아온 것이다.

강제로 출발한다. 54페이지로 이동.

장갑차를 버린다. 56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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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가족이 소유한 승용차에 자리를 마련했다. 가족들은 공포 때문에 긴장한 탓인지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 승용차이기 때문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많은 차량들이 앞서가는 군차량의 뒤에 길게 늘어서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지체하다가 언제 또 외계인의 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인 아저씨에게 앞질러 갈 수 없느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간다. 58페이지로 이동.

앞질러 간다. 60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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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병과 나. 그리고 동승한 여자아이를 빼고 텅 비어버린 장갑차는 도적떼에게 둘러싸였다. 도적떼는 억지로 문을 열기 위해 요란스럽게 밖을 두드려 댔다. 장갑차가 멈춘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지휘관으로부터의 무전은 없었다. 나는 운전병에게 당장 출발하자고 외쳤다. 운전병은 공포에 질려 급출발을 했고 장갑차 앞쪽에선 비명과 고함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장갑차 위쪽 해치가 열리더니 주먹만 한 공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수류탄이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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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질린 운전병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않아 있었다. 상부로부터는 어떠한 지시도 내려오지 않았다. 나는 장갑차 뒷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당겼지만 소용없었다. 천장의 해치를 열고 밖으로 탈출하는 순간 괴한들이 덤볐다. 괴한이 나를 둔기로 공격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렸다. 나를 공격하려 했던 괴한은 몸을 장갑차 위에 축 늘어뜨린 채 죽었다. 도적떼는 이리저리로 흩어지고 있다. 나를 지켜준 것은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이었다. 그는 도적떼 잔당을 모두 제압한 뒤 나를 데리고 장갑차를 빠져나갔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라고 말했다. 나는 골목으로 숨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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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이런 긴장되는 상황일수록 개인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운전대를 돌리지 않았다. 나는 훤히 노출된 도심 한가운데에서 해가 저물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불길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당장 차에서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땅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땅은 점점 꺼져 들어가고 우리가 타고 있던 차는 그 어두운 구덩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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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선 대피 행렬을 빠져나온 자동차는 100km/h의 속도로 도심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대피소가 있는 남쪽이 아닌 북쪽의 교회 첨탑이 보이는 방향으로 차를 몰고 있다. 나는 왜 대피소가 아닌 방향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는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으니 자신의 돌발 행동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의 굳게 다문 턱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차는 교회 첨탑 근처의 빌라 밀집 지역에 멈추어 섰다. 아저씨는 주변을 살피면서 한 주택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나는 차 안에 남겨진 부인과 소년에게 아저씨가 여기에 찾아온 이유를 물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 부인이 대답했다. 딸이 외계인의 습격으로 실종되었으며 남쪽으로 피신하기 전에 아이의 물건을 챙기기 위해 살던 집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저 그들의 침묵에 동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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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잔뜩 물건을 구겨 넣은 가방을 들고 달려왔다. 그는 짐을 트렁크에 넣고 있다. 그때 멀리서 자동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다. 차는 우리 앞에 천천히 선다. 차 문이 열리자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이 내린다. 그는 유유하게 내 앞에 다가와 내 안에 성장을 멈춘 채 존재하고 있는 외계인 유충의 신호를 추적해서 날 찾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내 몸속의 유충을 박멸하려면 외계인의 근거지를 찾아 외계인 지도자를 처치해야 하며, 외계인은 나를 외계인 유충의 숙주로 인식하기 때문에 쉽게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원은 나에게 자신들을 도와준다면 외계인 유충을 제거해 줄 것을 약속한다. 나는 이 모든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순간 요원의 단말마의 비명이 들린다. 내 앞으로 넘어지는 요원의 뒤에는 멍키스패너를 든 아저씨가 서 있었다. 아저씨는 울먹이며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소리친다. 그때 부인과 소년이 달려와 아저씨를 말린다. 요원은 천천히 일어나며 아저씨에게 소리친다. “아버님의 따님은 제가 꼭 찾아내겠습니다!”(아버님?) 아저씨는 울먹이며 말을 이어간다. “자네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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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말리던 소년이 요원에게 달려들며 다리를 부여잡고 울며 말을 한다. “아저씨! 우리 누나 꼭 찾아줘요. 그럼 매형이라 부를게요.”(매형?) 갑자기 울음바다가 된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당황스럽다. 무슨 막장드라마도 아니고... 아저씨의 딸과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의 남자 요원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episode. 2 끝. 다음 에피소드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