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해가 뜨고 있다. 난생처음 보는 검은 구덩이들과 빛덩이들을 피해 달려온 나와 요원은 폐허처럼 보이는 거대한 대피소의 정문에 도착한다. 이곳은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어 외장재 마감 없이 시멘트 뼈대가 흉물스럽게 드러난 20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이곳이 삼 년 전 굴지의 대형 건설사의 부도를 촉발했던 그 ‘폭탄’이었으며, 그 이면에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탐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아파트 단지가 이제는 탐욕 속에 서로에게 대립각을 세웠던 모든 사람을 위한 공동 방주가 되었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오랜 시간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심한 갈증을 느끼는 동시에 소변을 해결하고 싶었다. 요원이 나에게 말하는 것도 무시하고 차에서 내려 혼자 아파트 단지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내디뎠을 때, 나는 등 뒤에 묵직한 쇳덩이가 닿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자 요원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는 내게 대피소 내 개별 행동을 엄금한다고 말했다. 무단이탈하는 경우 사살될 수 있음을 내게 주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