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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과 나는 외계인의 본거지로 향한다. 그에 의하면 세상에 퍼져있는 외계인들은 곧 인류를 말살시키고 말 것이라고 충고하며 우호적인 외계인은 존재할 수 없다고 확신을 담아 말한다. 외계인의 본거지는 다름 아닌 북쪽 교회 첨탑이다. 교회 첨탑으로 다가가자 거대한 검은 구덩이가 보인다. 요원은 몇 가지 장비를 챙기더니 나의 손을 이끌고 검은 구덩이로 향한다. 너무나도 두렵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나를 방패막이로 쓸 셈인가? 하지만 나는 더이상 선택지가 없다. 외계인 유충을 내 몸에서 제거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검은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바깥과 정확히 대칭되는 거울 속 공간과 같았다. 나는 요원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을 물었다. 요원은 불빛 가운데에 외계인 기지가 있으며 감염자인 내가 외계 기지에 접근하는 자신의 위장을 도와주기를 요청했다. 그들에게 나는 더이상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었다. 외계인의 본거지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더 많은 외계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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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은 외계인 감염자가 아니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접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와 나는 작전을 짠다.

혼자 돌입한다. 66페이지로 이동.

요원과 함께 돌입한다. 74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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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길을 떠난다.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도 딱히 말리지는 않았다. 내가 외계인의 본거지만 발견한다면 그 위치를 추적해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계인 유충 때문이었을까? 나는 본능적으로 본거지를 알 수 있었다. 그곳을 향해 계속 발길을 옮기던 중 나는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듯 하다. 요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때 갑자기 교회 첨탑 쪽에서 불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 빛은 비처럼 하늘 위에서 쏟아졌다. 머리 위에 뒤집어쓰기 직전에 누군가 다가와 커다란 우산 모양의 보호막 속에 나를 숨겨 주었다. 요원이었다. 우리는 쏟아지는 빛의 폭우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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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근처에 방직공장쯤으로 보이는 건물에 몸을 숨겼다. 그는 숨을 고른 후 어차피 우리는 이 폭우가 지나가기 전까지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담배를 한 개피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기다림의 시간들은 지루하다. 좀처럼 빛의 폭우는 그치지 않는다. 나는 이런저런 일들이 궁금해서 요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저씨의 딸에 대해서 묻는다. 68페이지로 이동.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묻는다. 70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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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회 첨탑까지 태워준 아저씨의 딸과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과의 관계를 물어본다. 그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본다.

“당신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가슴속에 담아본 적이 있나요? 사랑이 정말 가벼워져 버린 이 시대에 그녀는 나에게 잠수종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아직 우리 관계를 인정해주고 있지는 않으십니다만 제가 그녀를 구한다면 분명 결혼을 허락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막장 러브스토리보다 믿기 어려운 것은 그녀가 사실 외계인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외계 담당 특수부대 요원이며 주로 착한 외계인과 인간 사이의 통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외모의 그녀는 우리가 모르는 외계행성에서 왔으며 어렸을 적 지금의 부모님에게 발견되어 금이야 옥이야 키워져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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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모든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나게 된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동료 요원이자 외계인인 여자의 동족들이 인간에게 더욱 진보된 신체를 약속했다고 한다. 또한,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인간 지배층과 외계 불한당들이 결탁하여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사태는 인간 지배층과 외계 불한당들이 이주를 방해하려는 전 세계적인 사기극이며 현재 피어오르고 있는 첨탑의 불빛은 내일이면 닫힐 차원의 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곳을 점거하고 있는 악당 무리들을 쫓아내고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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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뒤에서 외계인이 커다란 광선검을 들고 나타났다.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은 나를 밀치고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낸다. 그는 화려한 집총각개16동작으로 외계인을 제압한다. 요원은 외계인의 몸을 수색하여 광선총과 광선검을 찾아낸다. 그는 이 무기가 외계인의 생체 에너지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신은 사용할 수 없지만, 외계인의 유충에 감염된 나는 쓸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나는 양손에 광선검과 광선총을 집어 든다. 작동이 되는지 확인하려는 찰나 내 팔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외계인 유충이 외계인의 무기에 반응한 것일까? 갑작스러운 몸의 반응에 놀라기는 했지만 무언가 징그러워 보이는 것들이 무기를 감싸자 작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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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에 알 수 없는 그림자들 어른거린다. 요원은 나에게 광선총과 광선검을 쥐여주고 벽 뒤의 그림자 속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다섯 명의 외계인들이 순찰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중얼거리더니 군장을 풀고 앉아서 쉰다. 누군가는 담배를 피우고, 누군가는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요원은 순식간에 두 명의 외계인을 사살한다. 나머지 외계인들이 깜짝 놀라며 광선총을 집어 든다. 나는 어떻게든 요원을 도와야 한다.

광선총을 선택. 76페이지로 이동.

광선검을 선택. 80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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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뒤에서 외계인이 커다란 광선검을 들고 나타났다.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은 나를 밀치고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낸다. 그는 화려한 집총각개16동작으로 외계인을 제압한다. 요원은 외계인의 몸을 수색하여 광선총과 광선검을 찾아낸다. 그에 따르면 이 무기들은 외계인의 생체 에너지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신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외계인의 유층에 감염된 나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나는 광선검을 집어 든다. 작동되는지 확인하려는 찰나 내 팔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외계인 유충이 외계인의 무기에 반응한 것일까? 갑작스러운 몸의 반응에 놀라기는 했지만 무언가 징그러워 보이는 것들이 광선검을 감싸자 작동이 된다.

-푸슈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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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 배 쪽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배에 구멍이 뚫려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쓰러진다. 좀 전에 요원이 죽인 줄로만 알았던 외계인이 아직 살아서 나에게 광선총을 겨누고 있었다. 요원은 외계인의 머리를 확실하게 날려버린 후 내게 다가온다. 그는 나에게 내 몸속에 있는 외계인 유충을 깨우라고 말했다. 나는 당황하며 그래도 되느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목에 따끔하는 느낌이 들었고 곧 몸에 힘이 빠지며 쓰러져 버렸다. 요원은 나에게 무언가를 주사했다. 그는 그것이 유충활성제이며, 곧 외계인 유충들이 몸속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외계인 유충들은 숙주인 나를 죽이지 않기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는 없으나 우선 나와 외계인 유충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몸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기한 경험이다. 좀비가 되면 이런 느낌일까? 마치 스토리가 있는 일인칭시점 슈팅 게임의 화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제외한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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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은 외계인들과 격투 중이다. 나는 광선총으로 외계인을 조준한다. 외계인 유충 탓일까?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조준하기 쉽지 않다. 내가 쏜 광선총의 첫발은 실수로 요원의 정강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요원은 짜증 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외계인을 조준한다. 광선총의 두 번째 발은 요원의 어깨를 스쳤다.

내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자꾸 요원을 공격하게 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외계인 한 명이 나에게 돌진해 온다. 나는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몸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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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계인과 사투를 벌여보지만 역부족이다. 외계인에게 나는 손쉬운 먹잇감이다. 외계인은 나의 복부를 가격한다. 순간 내 속에 있던 모든 것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나의 머리는 어느 순간 땅바닥에 처박혀 있다. 외계인은 내 팔에서 외계인 유충을 적출해 한다. 눈앞이 빨갛게 물들어간다.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은 아직도 저쪽에서 싸우고 있다. 곧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게임을 계속하려면 전 단계로 돌아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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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은 외계인들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외계인에게 광선검을 휘둘렀다. 혼전 중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내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광선검은 안타깝게도 외계인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한다. 하지만 요원이 외계인을 처리하는 데 도움은 되었다. 나의 빗나간 공격에 이곳저곳을 베인 외계인은 요원에게 무참히 살육되었다.

우리는 외계인들의 눈을 피해 교회 첨탑에 진입한다. 첨탑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구조의 건물이 아니다. 우리는 이 미로처럼 얽혀있는 길을 빠져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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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를 탈출하시오

출구1

출구2

출구1 82페이지로 이동.

출구2 84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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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은 미로를 빠져나왔다. 미로 중간중간 몇 번의 치열한 사투가 있었다. 우리는 외계인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요원은 잠시 쉬자고 얘기하더니 풀썩 주저앉아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요원의 허벅지 안쪽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다. 언제 당했는지 알 수는 없다. 나는 지혈을 위해 옷을 찢어 그의 허벅지에 묶었다. 요원은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 들이더니 자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힘겨운 몸짓으로 내 손에 폭탄 하나를 쥐여준다. 요원은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개를 떨군다.

나는 요원을 뒤로하고 손에 쥔 폭탄을 바라보며 외계인 본거지로 유유히 들어갔다. 지도자로 보이는 외계인은 높은 단상에 앉아 있다. 그는 생각보다 왜소했고 나에게 위협을 느끼지 않는 듯 행동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따귀를 후려갈긴 뒤 오른손으로 그의 입을 벌리고 왼손에 들고 있던 폭탄의 안전핀을 앞이빨로 뽑아 점액으로 범벅된 그의 입에 폭탄을 쑤셔 넣고 턱주가리를 발로 차 주둥이를 닫고 뒤로 돌아 단상을 내려오며 읊조렸다.

- 하나, 둘, 셋, 넷, 다섯… 푸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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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모든 외계인들이 쓰러졌고 나 또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풀썩 쓰러졌다. 나는 잠이 들었다. 몸은 한결 가벼워졌고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했다.

누군가 내 몸을 흔드는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떠보니 메신저에서 보았던 아이돌 여가수 수지를 닮은 외모의 20대 여성이었다. 그 뒤쪽에 나를 교회 첨탑까지 데려다 준 아저씨와 그의 가족들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나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의 생사를 물었다. 나는 그가 죽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소년은 나에게 열두 번째 매형 대신 우리 누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이돌 여가수 수지를 닮은 외모의 20대 여성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희미하게 웃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잠깐?!?! 외계인이잖아? 그게 무슨 상관인가 예쁘면 그만이지.’ 나는 말했다. “그러면 오늘부터 외계인 여자친구와 1일째인 걸로” 모두 같이 웃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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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은 미로를 빠져나왔다. 미로 중간중간 몇 번의 치열한 사투가 있었다. 우리는 외계인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나와 요원은 외계인 본거지로 유유히 들어갔다. 지도자로 보이는 외계인은 높은 단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왜소했고 우리를 보고 놀라는 눈치이다. 그는 경비병들을 불렀고 우리는 맨손으로 치열한 격투를 벌였다. 우리는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한 탓에 경비병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외계인 지도자는 우리를 비웃고 있다. 순간 어디에선가 20대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 요원의 군장에 있던 수류탄을 뽑는다. 그 여자는 내가 메신저에서 봤던 아이돌 여가수 수지를 닮은 외모의 20대 여성이었다. 요원은 “안돼! 그러지 마!”라며 소리친다. 여자는 우리를 향해 웃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외계인 지도자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외계인 지도자의 따귀를 후려 갈긴 뒤 오른손으로 그의 입을 벌리고 왼손에 들고 있던 폭탄의 안전핀을 앞이빨로 뽑아 점액으로 범벅된 그의 입에 폭탄을 쑤셔 넣고 턱주가리를 발로 차 주둥이를 닫는다.

- 푸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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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지도자와 아이돌 여가수 수지를 닮은 외모의 20대 여성 그리고 모든 외계인들이 모두 쓰러졌고 나 또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나는 잠이 들었다. 몸은 한결 가벼워졌고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했다.

누군가 내 몸을 흔드는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떠보니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이었다. 그 뒤쪽에 나를 교회 첨탑까지 데려다 준 아저씨와 그의 가족들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이돌 여가수 수지를 닮은 외모의 20대 여성의 희생으로 동네를 구했다고 얘기한다. 아저씨는 울면서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 남자 요원의 등을 때리며 내 딸을 살려내라고 난리다. 아들인 소년은 아버지의 바지를 잡고 말한다. “어차피 친딸도 아니잖아. 나 배고파. 집에 가자.”요원은 오열한다. 모든 것은 자기의 잘못이라면서 눈물 콧물 범벅이다. 나는 생각했다. ‘잠깐?!?! 그럼 메신저의 여자도, 딸도, 요원의 동료도 다 한 여자인 건가? 미녀가 이렇게 죽다니… 아쉽다.’ 모두 같이 울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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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머링프로젝트 작업노트 2014

머머링프로젝트(Murmuring Project)는 친분이 있는 몇몇 예술가들을 주축으로 ‘어떤 한계를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각예술 프로젝트팀이다. 여기서 ‘어떤 한계’는 아마추어 집단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벽 같은 것인데, 전문 지식의 결여와 부족한 자본으로 인해 발생하는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특별한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채 친분을 통해 모인 집단은, 구성원 각자가 진행해 왔던 작업이나 관심에서 벗어난 임시적 목표 지점을 설정한다. 우리의 일관된 목적은 취미에 가까운 주제들을 프로젝트라는 형태로, 개개인의 동기를 끌어내어 ‘의외로’ 열심히 다루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머머링프로젝트는 아마추어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견지한 채, 다양한 목적 지점과 부족한 능력 사이의 괴리를 체험해 내는 동호회 형태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외계인을 만났을 때 지구인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소재 삼아 밑도 끝도 없는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을 가시화하려고 한다. 단, 우리는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입증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외계인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 한, 외계인을 만난다는 전제는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명제이다. 이 열려 있는 명제를 전용하여, 인류가 상상해 낸 수많은 생물과 장소는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그것은 가능성이라는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세워진 유령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은 이 가설적인 존재를 증명해 내기 위해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을 투자해왔다. 또한, 영화 산업에서는 이 상상적인 세계를 볼거리로 만들면서 천문학적인 시장을 창출해 왔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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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데이터(종종 괴담이나 소문에 불과한)를 수집하고, 토론을 통해 도출된 다각도의 사고 실험을 기록함으로써 외계의 대상을 가능한 한 (비)논리적으로 구체화할 것이다. 그렇게 타자를 설정한 후, 그에게 우리를 소개하는 방법을 일반화된 행동 강령 또는 설명서의 형태로 정리할 것이다. 동시에 머머링프로젝트는 이러한 과정들을 인터넷 방송, 영상물, 전시 등을 통해 외부로 노출시킬 것이다.

머머링프로젝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어떤 과정이나 태도라고 주장 할지라도 어딘지 모르게 껄끄러운 부분이 남는다. 그것은 아마도 이 프로젝트가 과학도 예술도 놀이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으며,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에는 실패한 결과물들도 포함되어 있기에 정제된 결과물을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머머링프로젝트는 ‘껄끄러운 영역’에서 스스로를 불완전한 상태에 놓고 일종의 게임을 벌인다. 경쟁과 생존의 전장에서 우리는 승리를 쟁취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번에 진행한 다양한 작업들 중 어떤 작업은 공허하다 못해 시답잖은 농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런 게임을 통해 우리가 시각예술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머머링프로젝트의 작업은 결국 그러한 질문 그 자체를 생산해내고 답(핑계거리)을 구해나가는 여정과 다름 아니다. 불확실성의 사막에서 우리는 지그재그로 전진인지 후진인지 모를 걸음을 걷는다. 시각예술은 종종 무기력한 잉여로 여겨진다. 작업의 조건은 생존의 그것과 맞닿아있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메워질 수 없을 것 같다. 머머링프로젝트는 그 실제적 사이에서 표류를 위한 표류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구이자 의지이다. 우리의 탐험(표류)은 그 곳에서 상상으로만 이루어진다. 결국 예술과 삶의 틈새는 메워지기 보다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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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머링프로젝트 인터넷 방송

http://www.ustream.tv/channel/murmuringproject

일정 및 내용

1. 우리가 알고 있는 외계인이란 무엇인가?_2014. 7.10_14:00-16:00

외계인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수많은 매체에서 외계인을 접합니다. 머머링프로젝트는 이번 방송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극명한 타자인 외계인에 대해 알아보고, 만약 만나게 된다면 그 사례는 어떠한 경우가 있을지 추론해보고자 합니다. 이 방송은 멤버들 간의 난상토론 형식으로 펼쳐지며 가장 만날 확율이 높은 외계인을 선별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2. 외계도래설을 파헤친다!_2014. 7.30_14:00-16:00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전지전능한 신도, 진화론적 이론도 아닌, 지구 바깥의 어떤 존재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머머링프로젝트의 두 번째 방송에서는 인류가 외계로부터 시작했다는 설, 즉 “외계도래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과연 그들은 왜 때문에!!! 우리가 외계로부터 왔다고 믿는 걸까요? 이번 방송은 아마추어 외계생명 전문가(?) 고영감님(66세)을 모시고 종로 원남동에 위치한 Sidework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합니다.

3. 로스웰 사건 재구성_2014. 8.14_14:00-16:00

외계문명은 과연 존재하는가? 외계인에 대한 목격담 중 가장 잘 알려졌으며, 인간이 외계인을 해부 및 조사했다는 기막힌 사건에 대해서 머머링프로젝트가 접근해 봅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머머링프로젝트가 로스웰 사건에 대해서 재구성한 영상을 바탕으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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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칼 세이건 비판_live_2014. 8.21_14:00-16:00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1996)은 천문학의 아이콘이자 과학 대중화에 앞장선 선구자입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80년에 제작된 ‘코스모스(cosmos)’라는 tv프로그램 이었습니다. 머머링프로젝트는 이번 방송에서 1960-80년 사이 냉전시대 미국 소련간 우주개발 경쟁과 NASA의 무인우주탐사계획을 다루면서 칼 세이건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5. 과연 외계인은 존재하는가?_2014 9. 4_14:00-16:00

머머링프로젝트는 앞선 네 번의 방송에서 외계인은 무엇인지? 또 과연 우리는 외계인을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방송은 앞선 방송들을 정리하면서 만약 외계인을 만난다면 지구인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합니다. 머머링프로젝트가 이러한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의 방송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번 방송에서 밝혀진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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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동네 외계인 게임북

사랑과 우주전쟁 -여름편-

머머링프로젝트 murmuring project

  • 박상준, 백창현, 손경환, 이진규, 이윤건, 이화평, 고영준(객원)
  • 이화평, 손경환, 백창현
  • 편집 백창현, 손경환, 이화평
  • 디자인 손경환, 백창현, 이화평

머머링프로젝트는 본 게임북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 이미지 검색을 사용했습니다. 본 권에 실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원작자들에게 있습니다.

murmuring project 2014

본 웹사이트는 머머링프로젝트가 제작한 게임북의 온라인 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