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THE TRUTH IS OVER THERE”

- Fox William Mulder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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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나는 잠을 청하고 있다. 올여름은 그렇게 더운 것 같지도 않은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이 들기는 했던 것일까. 갑자기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무지개빛 섬광에 눈을 뜬다. 그 빛은 창문 너머 제법 멀리서 오는 것 같았으나 바람에 부드럽게 춤을 추는 갈대처럼… 아니 어쩌면 오로라가 이런 느낌일까?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오로라처럼 내 방안 창문에 걸려 신비하게 나부끼고 있다. 나는 순간 최근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실현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 영화에서 봤을 법한 조명탄 불빛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내가 아직 잠이 덜 깬 탓에 지금 헛것을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다시 몸을 웅크렸다. 순간 섬광이 또 한 번 몰아치며 내 눈을 얼얼하게 만든다. 이것은 꿈결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이불을 걷어내고 머리맡 어딘가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찾는다. 자주 이용하는 포털사이트는 오늘따라 접속이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얼른 메신저를 켜고 연락가능 목록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내 스마트폰이 아니었던가? 생전 처음 보는 두 명의 연락처 외에는 모두 삭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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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연락할 것인가?

여성, 20대 추정, 프로필 사진이 아이돌 여가수 수지와 닮았다. 4페이지로 이동.

남성, 40대 추정, 프로필 사진이 영화배우 정우성과 닮았다. 6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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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여가수 수지와 비슷한 외모의 20대 여성에게 문자를 전송해 보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걸려오는 전화.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그녀는 상기된 목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은 교회 첨탑 부근에 살고 있으며, 빛의 근원지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빌라 근처라고 한다. 자신을 구하러 와줄 수 있냐는 물음에 망설이는 순간, 내가 살고 있는 빌라가 이미 침몰해 가는 배처럼 기울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일단 이 건물을 빠져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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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단을 급하게 내려오다가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낄 틈도 없이 날 향해 떨어지는 건물의 파편들을 피해 앞집 주차장으로 몸을 숨겼다. 숨을 고르고 나니 아픔이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살고 있던 빌라와 주차장 사이에 경찰차가 한 대 서있다. 저 차 안으로 몸을 피할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가 차 문을 열어본다. 열려 있다. 열쇠도 꽂혀 있다. 시동을 걸어본다. 운이 좋게도 시동이 걸린다. 아마도 차를 타고 온 경찰들이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된 것 같다. 정기 순찰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도망쳤다고 생각하기에는 차가 너무 깨끗하다… 이게 무슨 상관인가? 나에게는 점점 붕괴되어가는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나는 이 차의 주인일 경찰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교회 첨탑이 있는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혼자 있는 편보다는 일행이 있는 편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고, 아이돌 여가수 수지처럼 생긴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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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은 남자은 꽤 놀란 눈치로 나에게 물었다. “어디입니까? 구조하러 가겠습니다. 위치를 알려주세요.” 점점 잡음이 많아진다. 통화상태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하다. 나는 우선 내가 살고 있는 빌라의 주소를 말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구조하러 오겠다는 남자는 곧 자신이 도착할 것이니 밖으로 나가서 구조를 기다릴 것과 한곳에 멈추어 있으면 위험하니 계속 움직일 것을 당부한다.

나는 건물을 빠져나오면서 계단에서 한번 구르기는 했지만, 특별히 다친 곳은 없었다. 평소 애용하던 편의점 방향으로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내리막길을 지나는 중에 뒤를 돌아보니 내가 살던 빌라는 침몰하는 배처럼 천천히 옆으로 기울고 있었다. 편의점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에는 아무도 없었다. 급하게 뛰어왔던 탓에 목마름을 느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그 남자는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다시 살펴본다. 나는 그의 연락을 기다리며 전쟁인지 자연재해인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을 편의점의 창 너머로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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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린다. 아까 통화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여전히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들려온다. 그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아파트 단지 쪽으로 이동하라고 말한다. 또한, 하늘에서 내려온 불빛과 바닥에 보이는 검은 구덩이에 가까이 가지 말 것을 당부한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아파트 단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하늘에는 아직도 불빛 폭격이 그치지 않고 있다. 30분쯤 걸었을까? 내 쪽으로 다가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이 보인다. 나는 도움을 요청하고자 두 손을 흔들었다.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은 내가 계속 통화했던 남자였다.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외모의 40대 정도로 보이는 이 남자는 절도 있게 검은 제복을 입고 군장으로 보이는 작고 신비하게 생긴 물건들을 몸 여기저기에 장착하고 있다. 그는 생존자를 대피소로 피난시키는 임무를 띤 특수부대 요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안도하며 그의 차량에 동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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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는 로드리게즈(Sixto Rodriguez)의 70년대 포크 풍 노래, I Wonder가 가득 울려 퍼지고 있다.(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포크송이다.) 평소 교외로 드라이브하며 듣기에 안성맞춤이겠지만 생사를 다투는 지금 로드무비를 연상시키는 이런 오래된 노래를 듣고 있다니… 하지만 끄기는 아쉬워 계속 틀어 놓는다. 음악 좀 듣는다고 갑자기 죽지는 않겠지. 차는 여전히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평소 도로 위를 가득 메우던 차량들은 온데간데없고 사고 차량만이 종종 보인다. 눈에 보이는 건물들은 군데군데 지우개로 그 부분만 지워낸 듯이 깔끔하게 구멍이 나 있다. 레이저포라도 맞은 것일까? 도통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도로 위에는 생전 처음 보는 어두운 구덩이들이 즐비하다. 나는 그 구덩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확인해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차를 멈추고 구덩이를 확인. 10페이지로 이동.

차를 멈추지 않는다. 16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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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차를 길가에 세운다. 차에서 내린 나는 그 어두운 구덩이 중 하나로 다가간다. 가까이서 보니 구덩이라기보다는 검은 유리처럼 보였다. 표면이 조금씩 일렁이는 것으로 보아 딱딱한 물질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아주 깊은 어둠이었다. 하지만 나는 두꺼워 보이는 이 장막 건너편에 어떤 풍경 보인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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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보인다면 12페이지로 이동.

아무것도 없다면 14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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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알아차리지 못할 사이에 눈앞에 다가와 검은 구덩이 속으로 나를 잡아당겼다. 나는 내 몸을 휘감는 검은 공간에 빠져들면서 나를 잡아당긴 그것을 바라보았다. 사람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2m가 넘어 보이는 키에 은색 슈트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신비하게도 그것의 몸 정중앙 배 부분에 뚫린 구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자신을 은하계 구조대장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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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따르면 지구는 어떤 외계 종족의 침공을 받고 있으며 곧 소멸할 것이 자명하다고 한다. 인류는 은하계의 지적 생명체 중 가장 과학기술력이 낙후된 종족임에도 불구하고 동족 간 전쟁을 일삼는 가장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생명체의 표본으로써, 이 표본을 보존하기 위해 인류를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킬 임무를 띠고 지구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다른 행성에서 인간의 수명 연장을 위한 신체 개조실험을 통해 인간의 수명 연장을 보장해주겠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최대한 많은 인간을 이주 프로젝트에 동참시키기 위해 자신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요청에 응할 것인가? 20페이지로 이동.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인가? 22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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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뒤에서 나를 낚아채는 무엇인가를 인지했을 때 내 몸은 이미 아스팔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습격에 당황하여 몸을 잔뜩 웅크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게 손을 내밀고 있는 건장한 남성의 형체가 보였다. 나는 한 눈에 이 사람이 요원임을 직감 할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사과하며 자신은 생존자를 대피소로 피난시키는 임무를 띤 특수부대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안도하며 그의 차량에 동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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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를 풀고 18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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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방송 라디오에서는 날카로운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똑같은 내용의 비상재난속보가 반복되고 있었다. 상황이 대략 파악될 즈음, 순간 전파가 교란되더니 알 수 없는 음성이 방송에 침입한다. “지구인들이여, 우리는 당신들을 억압과 차별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지구에 왔습니다. 당신들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분명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상당한 호소력을 담고 있었다.

교회 첨탑이 있는 곳은 500m쯤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무너진 건물과 포격처럼 쏟아지는 빛덩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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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보이는 검은 구덩이들 때문에 더이상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나는 골목길을 통해 이동하기로 마음먹고 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겼다. 100m쯤 이동했을 때 공중을 가르는 무거운 소음이 느껴졌다. 몸이 뜨거워지는 듯하더니 더이상 앞이 보이지 않고 귀가 먹먹해지면서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이 악몽이 끝나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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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30대 후반의 요원을 태운 차는 다른 생존자를 수색하며 이동 중이다. 정적의 시간들, 우리는 말 없이 창밖만을 보고 있다. 나는 침묵을 깨기 위해 그에게 라디오를 듣자고 청했다. 국영방송 라디오에서는 날카로운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똑같은 내용의 비상재난속보가 반복되고 있었다. 상황이 대략 파악될 즈음, 순간 전파가 교란되더니 알 수 없는 음성이 방송에 침입한다. “지구인들이여, 우리는 당신들을 억압과 차별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지구에 왔습니다. 당신들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분명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상당한 호소력을 담고 있었다. 요원은 거짓 선동이라며 라디오 방송을 꺼버렸다. 그는 차를 돌리며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아파트로 가겠다고 한다. 요원은 도로에 검은 구덩이로 가까이 가면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위가 너무 어두운 탓에 운전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대체 저 검은 구덩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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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게임의 결과에 따라 지정된 페이지로 이동.

아파트가 나오면 24페이지로 이동.

검은 구덩이가 나오면 12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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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소리가 나에게 말한다 “당신의 첫 번째 임무는 지금 인간들이 피신해있는 아파트로 잠입하는 것입니다. 인간 요원들은 잔인하고 강력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앞이 흐려지며 정신이 혼미해진다.

순간 뒤에서 나를 낚아채는 무엇인가를 인지했을 때 내 몸은 이미 아스팔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습격에 당황하여 몸을 잔뜩 웅크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게 손을 내밀고 있는 건장한 남성의 형체가 보였다. 나는 한눈에 그가 요원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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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괴상한 모습뿐만 아니라 인류를 구출한다는 허황된 말에 속을 사람이 아니다. 분명 이 모든 것은 외계인을 사칭한 적국의 사기극이거나 정신 나간 사람의 외계인 코스프레임이 분명하다. 그들은 나에게 검은 옷을 입은 인간 요원을 조심하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딴 곳을 보고 있다.

순간 뒤에서 나를 낚아채는 무엇인가를 인지했을 때 내 몸은 이미 아스팔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습격에 당황하여 몸을 잔뜩 웅크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게 손을 내밀고 있는 건장한 남성의 형체가 보였다. 나는 한눈에 이 사람이 요원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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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정우성을 닮은 40대로 보이는 요원은 “이제 대피소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당신은 먼저 신분확인을 거친 뒤에 저희 요원들의 지시를 따라주셔야 합니다. 쓸데없는 저항은 불편만 초래할 뿐입니다.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다면 저희들은 당신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라고 한다. 나는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거의 도착했다는 말에 잠이 들고 만다.

깨어나 보니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메신저에서 보았던 아이돌 여가수 수지를 닮은 외모의 20대 여성이었다. [저는 지금 OO아파트에 감금되어 있어요. 제가 왜 여기에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도와주세요.]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주머니 속으로 조용히 감추었다.

episode. 1 끝. 다음 에피소드로 이동.